시골집 옮기기
시골집을 옮겨야한다. 집주인이 팔았다. 5월말까지. 통보받은것은 2월 중순...
50리터 쓰레기봉투를 잔뜩 사서 냅다 다 넣고 있다. 75인치티비, 티비장, 테이블, 소파 등등을 옮겨야한다. 언제 하루 화물을 불러서 옮겨야겠다. 화물비용이 20정도 나온다...
어디로가야하나 또 머리를 싸매야한다. 충북, 강원, 경기, 충남 등등 열심히 돌아다녔다.
요즘 부동산을 통한 시골집 트렌드는 "묶어 사서 나눠팔기" 와 "얼마까지보고 오셨어요" 를 통한 마진남기기 이다. 당연히 이게 안되는 100평 남짓 시골집은 아예 손사레를 친다.
묶어사서 나눠팔기는 500평 이상을 매입 후, 수도전기(가스)를 인입해서 농막 혹은 목조주택을 올린 후 200평 이상을 관리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5도2촌 혹은 프리랜서 등등의 사람들에게 비싸게 파는 방식인데 이건 부동산의 거래를 촉진하는게 아니라 평단가를 올린다. 그럴싸한 집을 그럴싸 하게 파는건데 절대 저렴하지도 매력적이지도 못하다. 나눠 산 옆집과 아파트 비슷하게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까지 보고오셨어요는 위의 케이스의 연장선상인데, 7천이요 하면 5천짜리집에 농막 뭐뭐 붙은걸 보여주고 대지 5천과 지상물 비용 2천을 나눠 계약하거나 응용된 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매자를 위한거라며 갖은 드립을 날리지만, 다운계약서의 일종인데다 눈탱이 맞기 아주 좋은 테크다. 지상물 다 치워주고 대지 가격만 달라고 하면 그건 또 안되는 변형된 용팔작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별로 다르지만 읍면동사무소에 빈집 매도정보를 제공하는지 물어보거나 이장이나 마을회관등을 통해 발품을 파는 방법이 최선이긴 하다.
두달 쯤 부동산을 전전하다가, 지쳐 쓰러져버렸다. 1월 말의 목감기가 4월까지 가면서 목소리가 변했고, 먹는 약만 늘어서 피부가 다 벗겨지고 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원점 재검토. 지도를 놓고 그림을 그려본다.
지금 녹색으로 다니고 있는데 (서해안) 전북부터 길바닥이 엉망이다. 노선도 곡선이 많아 개선공사가 한참인데, 1차로 중독충들 때문에 트럭뒤에 짱박혀 있는게 대부분이다. 위험한 도로...
주황색이 자가용 기준 1시간 라인, 출퇴근시간에도 2시간라인인데, 저곳은 도로와 아파트가 즐비해서 조용한곳이 거의 없다. 우선 가격이 미쳐있기도 하다. 부동산의 묻지마 집중 매입지역.
파란색은 2시간 라인, 출퇴근시간이 걸려도 2시간 30분정도. 비교적 한적한 곳이고 업자들에 의해 괴랄한 매물이 많다. 도대체 목조2층 주택을 지어놓고 1억을 받으며 아 요즘 인건비가 ... 하며 땅도 무조건 1억 ...2억부터 시작하는게 일반임.
땅을 산다는 것은 주변의 환경을 같이 구매하는 것이다. 아파트와 다르게 대지 위의 건축물은 망실의 우려가 크다. 그래서 정말 튼튼하고 나의 쓸모에 맞아야만 그 가치를 다 인정해 준다. 목조주택 지옥 4계절은 20년 남짓이면 거의 판잣집 레벨이 된다. 아파트처럼 1억의 가치가 상승하는게 아니고 끝없이 끝없이 가치가 떨어지고 수리비도 많이 든다. 따라서 환경을 구매하느라 골칫거리 나무 쓰레기를 함께 구매하는게 되기 쉽다.
제일 골때리는게 보라색 라인이다. 서울에서도 적당히 멀어 3시간도 충분히 걸릴 수 있는 곳. 조용한곳도 많은데 부분 부분 난개발의 함정카드가 많고 내륙 충북은 속리산 인근까지 공장과 축사가 정말 많다. 보은쯔음 부터...진짜 창문열고 달리는데 악취가 엄청난 동네가 많다. 도로 양쪽으로 대형축사가...
나주에도 축사가 많은데 거긴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는다. 뭔가 규정이 있다고 하는데, 아기랑 같이 송아지 구경을 가도 크게 힘들지 않고 주변 도로에서 차 내부로 콸콸 들어오는 축사냄새도 거의 없다. 진짜 집보러 다니면서 '충청도다 근데 싸다' 하면 이제 편견이 생겼다. 주변에 축사나 공장이 있군?
봉평에 정말 좋은 매물을 찾았는데, 주인이 집보러 오는 사람 1인 마다 500씩 올린다. 결국 타지의 부동산이 한번 와본적도 없는 단골손님에게 뚝딱 매입. 정말 허탈했다.
수많은 곳을 보고 아 죄송하다 이러저러 해서 구매하기 힘들다 연신 사죄의 멘트를 날리고, 현실과 타협을 하며 금쪽같은 적금통장을 만지작거리다가 마지막 결심을 했다.
파란색 라인을 뒤져보자. 그리고 마당이 없더라도, 읍면단위 아파트도 ... 어쩔 수 없다.
아파트와 빌라를 넣고 보니 선택지가 늘어나 마음이 편해진다. 다섯군데쯤 돌아다니다가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
몇년 전 큰 행사를 했고, 초등학교가 붙어있고, 앞뒤가 트여있고, 지하주차 가능하며, 세대수가 크지 않은 아파트. 5.7천. 가계약을 하자마자 떠올랐다.
멀지 않은 곳에 200평쯤 되는 전이나 대지를 사자. 수도와 전기가 있든 없든 컨테이너만 하나 붙여서 아직도 이루지 못한 땅밟고 살기의 희망을 가져보자...
이사는 소소하게 준비중이다. 5월 중순까지는 주말마다 이사 계획을 짜고 준비해야한다. 3년을 살았으니 의외로 짐이 많다. 버릴것은 버리고 남길것은 남기자. 소중한 추억인데, 이번에 내려가면 사진이나 잔뜩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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